중국 의료시장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치과가 중국 위생부와 합작한 SK아이캉병원 내에 치과를 오픈했으며, 이지나원장도 중국 동방의료집단과 제휴한 한중합작병원 내에 치과를 개원했다. 합작형태나 기술제휴형태로 개원한 치과의 수만 외부로 알려져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개원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으나 중국인명의로 치과를 개설한 곳까지 합치면 100여명의 치과의사가 중국에 진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개방으로 인한 불안이 중국 시장으로 눈 돌리게 만들었으며, 인구가 많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치과 수가 적은 매력이 국내 치과의사들을 중국 시장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모 의료법인이 얼마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구의 80%가 충치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과의사의 수는 4만명밖에 되지 않아 치과의사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보니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 거의 하루 종일 대기하는 환자들도 있으며, 지방에는 치아만을 발치해주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또 돈을 물쓰듯 하는 중국내 상위 1%는 우리나라 인구 수보다 많아 국내 치과의사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중국, 치과개원은 누구나 가능하다?--------
표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은 외국인의 진료 행위에 대한 규제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외국면허 소유자가 국내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따로 면
허 시험을 봐야 하지만 중국은 ‘외국에서 합법적인 행의권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 국적을 가진 의사’라면 누구나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면허증의 기한은 1년이 넘지 않으나 서류나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의료인이 아닌 개인이나 주식회사, 외국합작법인의 개원도 가능해 표면적으로 보면 중국은 외국 치과의사의 진료행위부터 외국기업의 개원까지 모든 의료시장을 개방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의 진료에 필요한 ‘외국의사단기행위허가증’은 중국주제 의료기구의 요청 혹은 채용회사와의 협의 후 서류를 갖춰 위생부에서 발급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음으로 써 외국 의료인의 진료를 규제하고 있다. 취업 형태로 중국에 고용되거나, 중국 법인과 어떤 형태로든 함께 하지 않으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국내 회사원의 월급보다 적은 돈을 받고 중국에 취업하려는 치과의사는 아마 없을 것이므로 중국에 진출한 치과의사는 개원 형태라고 봐도 무난하다.
치과개원은 개인과 법인 모두가 가능하며, 중국인 명의로 병원을 개원하는 ‘원내원방식’과 투자형태의 ‘기술용역계약방식’, 중국인과 함께 법인을 설립하는 ‘합자·합작법인방식’이 있다.
국내 치과의사가 진출한 방법은 대부분 ‘원내원방식’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이 개원에 필요한 장비, 재료, 인테리어 등을 갖춰놓고 진료를 하면 일정 수익금액을 중국인에게 건내는 형태도 있으며, 한국인이 투자한 치과에 중국인과 함께 진료하는 방법도 있다. 마음이 맞는 적당한 중국인을 만나 그 사람의 명의로 개원을 할 수 있어 가장 손쉬운 개원형태다. 그러나 서류상 중국인 명의로 돼 있기 때문에 한국 치과의사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어 위험하다.
중국에서 2년전 치과를 개원했었다는 A원장은 “2년전 중국인 명의를 빌려 치과를 개원했으나 6개월만에 중국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바람에 고스란히 치과를 빼앗기고 말았다”며 “지금 소송중에 있으나 중국의 법은 우리나라처럼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마리아병원 측도 “개인적으로 중국 파트너의 이름을 빌려 개원했다가 사기를 당해 돈만 날린 한국 의사들을 많이 봤다”며 개원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투자에 따른 세부적인 계약서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중국인 명의로 돼 있어 소송에서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인이 채용을 불허하게 되면 ‘외국의사단기행위허가증’을 발급 받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중국에서 진료를 할 수 없어 투자금액을 고스란히 날린채 중국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 또 개인적으로 행의 면허를 취득하거나 중국 의료기관의 초청을 받아 행의 면허를 따더라도 혼자 개업할 수 없기 때문에 고용의사나 자문역에 그칠 수 밖에 없으므로 ‘원내원방식’은 손쉬운 개원형태이면서도 가장 위험한 개원 방법이다.
한국에서 투자회사를 설립해 그를 통해 중국병원에 기술을 제공하는 댓가로 지분 수익을 받아 진출할 수도 있다. 중국 동방의료집단과 제휴한 한중합작병원을 예로 들수 있으나 투자금액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가장 안전한 중국진출 방법은 아이캉병원과 마찬가지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금이 2000만위안(약30억원)이상인 의료기관에 대해서만 자본 참여가 가능해 개인 진출이 어렵다. 또 투자후 이익을 다시 본국으로 송금하는 것도 힘들다.
겉으로는 모든 의료시장을 개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은 우리나라 보다 더 철저하게 외국 의료인의 진출을 막고 있다. 의사들의 진료행위는 중국인의 고용 허가가 필요한 ‘외국의사단기행위허가증’으로 벽을 쌓았으며, 개인 및 외국합작법인의 개원은 투자 금액의 회수를 어렵게 만들어 사실상 병원 설립을 의미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중국 진출의 어려움으로 간혹 중국브로커가 환자를 모아 놓으면 며칠 동안 중국에 머물며 원정진료를 하는 치과의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액이 없으므로 개원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고 한꺼번에 여러명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 이익이다.
또 한국인 중에는 조선족치과의사를 고용해 중국병원내에 ‘한국부’라고 간판을 달아 놓은 후 진료시 통역을 해주고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 직접적인 진료는 하지 않고 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통역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월급은 의사에 비해 훨씬 많이 받는다.
아직까지 중국 의료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치과가 없으면서도 많은 외자가 중국진출을 꾀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사람들의 말처럼 중국은 한국치과의사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까.
중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중국인의 치과에 대한 인식은 21세기가 무색할 정도로 낙후돼 있으며, 치과의사에 대한 평도 좋은 편이 아니다.
중국에 8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김재훈(21세)군에 따르면 “중국은 치과의사를 택시기사보다 안 좋은 직업으로 알고 있다”며 “월급도 상당히 적어 공립치과의 경우 30만원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내에서 의사는 모두 공무원이다. 급료는 일반근로자보다 조금 많지만 한국 치과의사들의 연봉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모 의료법인이 중국에 대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페이닥터 급료가 30~150만원 정도로 나타났다. 급료 차이는 크지만 한국 치과의사들에 비해 급료가 상당히 적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치과의사 뿐 아니라 치과에 근무하는 직원도 3~50만원정도를 받고 있어 중국 진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적다.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진료비도 천차만별이다. 상해의 잘나가는 치과의원은 임프란트 하나를 심는데 450만원이상 받고 있지만 지방 변두리 도시는 1백만원도 채 받지 못한다. 교정도 북경이나 상해와 같은 도시에서는 세라믹 교정이 1000만원선으로 고가지만 그밖의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메탈 50만원, 세라믹 100만원 정도면 진료가 가능하다.
수가를 높게 받고 고급환자를 치료할 것인가,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환자를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컨셉만 어느 정도 정하면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적어 개원환경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환자층이 풍부하고 수가가 천차만별이라고 중국에 치과를 개원하면 성공할 수 있을 까?
중국에 진출한 치과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치과를 살펴보면 중국 시장에 대해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지난 1월 베이징시 차오양구(朝陽區)에 개원한 SK 아이캉병원은 중국내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하겠다는 목적으로 개원했다. 개원한지 반년이 지났으나 SK 아이캉 병원은 당초 목적과 달리 중국내 한국인의 이용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아이캉 최창익대표는 “ 환자구성은 중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2:8 정도로 아직까지는 중국내 한국인이 주요 고객”이라고 모 신문을 통해 밝혔다. 개원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선진 의료기술과 서비스로 중국 치과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당초 목적과 거리가 멀다. SK 아이캉병원 뿐 아니라 중국에 개원한 치과 대부분이 중국내 한국인의 진료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현재의 중국 의료시장을 보고 진출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후를 내다보고 진출한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아직은 초기인만큼 중국 의료시장에 대한 성과가 거의 없으나 추후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선점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상당수 외국 자본이 중국치과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측이 600만 위엔을 투자한 한허(漢和) 치과, 미국의 Perfect Furniture & Lighting Inc.와 다롄(大連) Perfect Furniture & Lighting Inc.가 공동으로 투자한 자메이치과병원 등이 있다.
주목할 점은 외자의 치과시장 진출이 모두 체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허치과는 베이징 치과병원을 비롯해 전국에 10여개의 치과 체인을 개설했으며, 쟈메이치과도 7개의 체인을 갖고 있다. SK아이캉병원도 “10년 내에 병원을 5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관이 지역마다 체인을 설립하면 그곳에 사용되는 장비 및 재료를 한꺼번에 공급해 진료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또 환자에게는 통일된 서비스와 관리를 해줄 수 있으며, 한 곳에서 경영 및 관리를 해주면 그에 따른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 일정하게 정해진 수가가 없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게다가 중국에 진출한 체인들이 장비 및 재료를 판매하게 하게되면 의약품 수출까지 더해져 막대한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내 체인 치과는 아직 시작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수많은 환자층과 그들을 진료하게 될 치과장비 및 재료까지 선점할 수 있어 외국 자본들의 치과진출이 활발한 편이다.
한국 환자의 원정진료도 늘어----------------
역으로 중국 치과의사들의 한국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에서 치료받는 것에 비해 2~3배정도 저렴해 관광을 하며 치료를 받고 오는 환자가 많다는 것. 한국으로 가기 힘든 중국내 한국인 혹은 수가가 높아 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한국 환자를 타깃으로 보철이나 교정 등 비보험치료를 위주로 하고 있다. 의료기술을 떨어지지만 저가로 치료받을 수 있어 한국에서 이들을 알선해주는 부로커도 있다.
이들은 치과를 개원해 중국 의료시장에 진출한 한국인과 달리 중국내에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전혀 없다. 게다가 중국 환자에 비해 고가로 받을 수 있어 마케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북경의 코리아치과, 한국서울치과, 가미치과, 중국백합치과 등 100여개의 치과가 이미 한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의료시장 개방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동안 중국 시장은 세계 치과인들의 격전장이 돼 가고 있다. 국내 치과의사들이 중국 의료시장에 대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치과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한국 개원보다 몇 배는 더 어렵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도 성공 가능성을 노리고 중국 치과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한국 치과시장에서 먼저 성공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국내 시장에서 실패한 사람이 세계 유명 치과들과 경쟁해야하는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 철저한 준비를 거쳐 믿을 수 있는 중국인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 치과시장은 오랫동안 준비된 자만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세계인들의 격전장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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