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아무리 나빠져도 병원들은 별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다. 불황의 마지막 바로미터라 불리는 병원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각 전문기관에서는 내놓는 보고서마다 하반기 경기전망이 어둡다.
이같이 불황의 여파가 의료계까지 미쳐 각 단체마다 경영관련 세미나들을 개최하고 병원들도 진료보다 비즈니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후면 의료시장이 개방된다는데 아직 그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으니 엎친데 덮친 격이다.
경기가 나쁠수록 환자는 대형 종합병원이나 그렇지 않으면 동네병원을 찾게 된다. 그래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이 중소병원이다. 치과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치과병원의 대형화되면서 주거밀집 지역에 기반을 둔 의원급 치과와 대형병원으로 양분되고 있는 추세다. 중소치과들은 병원을 네트워크화하거나 아예 규모를 축소하는 등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문매니저나 경영실장 등을 고용하고 이직율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나 시스템에 대한 투자금액이 많아지면서 개원가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방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인구가 줄어 환자수의 증가를 기대하기가 힘들뿐 아니라 고속철이 개통되면서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원가에 불황의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봉직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치과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개원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 그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국가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환자들은 벌써 의료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인식해 요구는 많아지는데, 국가에서는 공공성만을 강조하며 경쟁의 자율성에 규제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재경부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보고서에서도 언급됐듯, 이제는 의료산업을 서비스산업의 범주에 두고 지나친 규제를 완화해 자율경쟁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산업의 경쟁이 가열되고 갖가지 첨단 경영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지만 이렇듯 총체적인 경기불황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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