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임부복
소아과-이유식
피부과-화장품
한의원-건강식품
병원 ‘부대 숍’ 확산
[조선일보 이지혜 기자]
한 건물에 서너개씩 병원 간판이 붙어 있을 정도로 병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역 근처의 A 피부과. 정문에는 ‘웰빙을 위한 피부·탈모 관리 코스 특별 할인’, ‘기능성 화장품 구매 고객께는 사은품을 드립니다’ 등 각종 선전문구가 어지럽게 붙어있다. 마치 백화점을 찾은 듯했다. A병원 원장은 “피부과의 각종 부대 사업 수익이 진료 수익의 5~10%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서울 지역 피부과 50% 이상에서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부대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 화장품, 건강식품, 유아용품, 임부복 등을 판매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건물 안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피부관리실, 마사지실, 탈모관리실 등을 운영하는 병원들도 아울러 확산되고 있다. 극심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병원들의 자구 노력들이다.
G피부과 L피부과 C피부과 A피부과 등 유명 피부과 체인들은 수년 전부터 아예 ‘~코스메틱’ ‘~에스테틱’ 등의 자회사를 설립해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엔 비타민제 등 건강식품 등으로 판매 품목을 늘리고 있다. 강남 차병원은 최근 건물을 리모델링 하면서 임부복과 유아용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와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들여 놓았다. ‘쇼핑객’을 위해 매장 옆에는 커피 전문점도 차렸다. 이 병원 관계자는 “작년에 개업해 전문 고급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다 보니 현재까지 20% 정도로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서울 신사동 G소아과를 비롯한 소아과에선 이유식을 판매하고 있으며, K한의원과 H한의원은 ‘의학연구소‘를 설립하고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고운세상 피부과 안건영 원장은 “이제 병원을 운영하는 데도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야만 하는 시기가 됐다”며 “기업의 지식과 마케팅 기술을 도입해 환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병원 경영뿐만 아니라 보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에도 부응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의료의 본질로 여겨져 온 ‘질병 치료’에 전념하고자 하는 의사들마저 낮은 의료수가 등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다른 건강 사업에 뛰어들도록 내몰리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혜기자 wigrac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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