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의 가장 큰 스트레스 ‘직원 관리’
...... 의사 결정에 동참시키고 재교육 적극 활용>
시간이 지날수록 간호사와 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얼마 전 신생아를 사진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올린 간호조무사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직원의 잘못된 행동은 병원의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한 고용에서 탈피, 같이 동반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의사가 아무리 잘 한다고 하더라도 직원의 사소한 실수에 병원 전체의 이미지가 깎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 일간지 설문조사 중 ‘간호사 및 직원의 태도가 좋아서 병원을 다시 찾는다’라는 항목이 30%로 1위를 차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잘 선택한, 뜻이 맞는 직원은 병원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병원의 또 다른 경쟁력의 하나인 직원과 간호사의 관리.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가.
1.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수원의 J내과의 K원장은 얼마 전 자신이 겪었던 일을 하소연 한다.
병원의 간호사가 그만 둔다는 말도 없이 어느 날부터 나오지 않았다. K원장이 추측하는 이유는 얼마 전 노인 환자를 나무라던 간호사에게 한 몇 마디 말 때문. 심하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간호사는 “원장의 간섭이 너무 심하다”며 동료 간호사에게 말하고 난 뒤, 나오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원장의 경우는 좀 더 심하다. 새로 간호사를 두 명 구했는데 며칠 뒤 모두 병원에 나오지 않은 것. 원장은 이전 직원에게 전화하고 가까운 병원에도 연락했지만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결국 부인이 나와서 일을 봐야만 했다.
간호사들이 나오지 않은 표면상의 이유는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이었지만, 원장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 해 볼 뿐이다. 이처럼 직원이 그만 둔 이유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2. 인내심 없는 간호사탓?
이처럼 직원과 간호사의 불만. 또 잦은 이직과 퇴직으로 ‘몸살 아닌 몸살’을 앓고 있는 병원도 많다. 특히 직원이 얼마 되지 않은 개인병원은 그 타격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의료의 특수성 때문에 직원의 잦은 이직은 개원가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고, 다시 직원을 구하기까지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한다. 설령 구한다 해도 곧바로 떠나는 일이 다반사여서 원장들은 구인을 하고서도 여러모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부천시 오정구의 성진내과 이영호 원장은 “IMF 전 만해도 잦은 이직은 그 사람의 인내력과 성실함을 판단하는 기준이어서, 직원들도 어지간해서는 이직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너무도 쉽게 옮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앞서 말한 원장들도 “성실함이 사라진 시대와 참지 못하는 요즘 세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취재를 위해 만나본 대부분의 의사들도 이와 같은 의견이였다. 하지만 이런 ‘인내심 없는 직원’은 의사만의 일방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의사가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사항 때문에 그만 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의 병원에서 서울 은평구 한 의원으로 이직을 한 S간호사. 그녀는 “이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처우에 대한 불만과 보다 좋은 조건의 구인자리가 있을 때 이직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의사와 직원. 또 직원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때, 병원에 비전이 보이지 않을 때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다.
3. 의사소통이 관건
S간호사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원장과 직원 간 얼마만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가? 즉 의사소통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호사는 자신의 불만 사항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원장은 바라는 것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쌓여 결국 이직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간호사와 의사의 소통 단절은 오히려 직원들이 적은 개인병원이나 의원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앞서 말한 K원장의 예처럼 보다 극단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자신이 보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원하는 만큼 월급 주고, 잔소리를 하지 않으며, 잘해 주기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는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끼는 직원을 붙잡을 수 없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말하고 싶지만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끄집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사소통의 단초를 제공한다.
환자와 보호자의 거친 항의, 무조건 적인 환자 우선 서비스 사이에서 직원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가 이런 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된다면, 직원과의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미흡한 부분을 개선 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4.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직원이 생각하는 병원의 비전에 대해 김인호 원장(김인호소아과의원)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를 오너와 직원의 종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 수평한 관계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지켜나가야 된다는 것. 즉 병원의 비전은 원장이나 의사뿐만 아니라 직원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임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자주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물어 서로 간 이해를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한다.
이런 과정으로 책임감을 확실하게 알아갈 때, 직원이 병원에 느끼는 비전역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직원에게 해주는 “칭찬에 인색해지지 말 것”을 주문한다.
인천 연수구 선진내과의 양주철 원장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칭찬으로 계속적인 피드백을 줄 경우 직원과 간호사도 자신에 일에 대한 보람을 찾아 효율성 또한 높아질 것”이라며 병원인사관리도 기업문화의 인사관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언급했다.
5. 직원 간 화합도 병원 경쟁력
직원 간에 서로 사이가 나쁘다면 친절한 서비스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이런 부분을 파악, 직원 간에 사이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병원도 있다.
경기도 하남시의 성바오로병원 김기영 원장은 얼마 전부터 회의 시간마다 직원 간 칭찬 릴레이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 간 알력다툼과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다는 한 간호사의 말을 듣고 시작하게 되었다.
TV프로그램에서 힌트를 얻어 시작했지만, 시작하면서도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그칠 것으로 생각하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 간의 서먹서먹한 사이는 눈에 띄게 없어졌으며, 결국 현재의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직원 간 자리를 만들어서 갈등을 해소한 케이스도 있다. 서울 중구에 한솔 소아과의 이용승 원장은 새로운 간호사와 기존의 있었던 간호사간의 화합이 잘되지 않는 것 같아 2주에 한 번씩 직원 회식을 했다.
이런 모임은 직원들만의 ‘회의 아닌 회의 시간’으로 바꿔 서로간의 불만사항을 이야기하고 화해하기도 했다. 또 병원 활성화에 대한 서로간의 의견을 나누고 나중에는 건의까지 했다고 전한다. 이런 몇 번의 자리만으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으며, 병원 일에 있어서도 서로 간 의기투합해서 처리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 원장은 “병원에서는 업무이외의 말을 하기 어렵고, 회식자리에 원장이 있으면 눈치 때문에 서로 간 의사소통이 힘들 것 같아서 직원들만의 회식을 준비했다”며 “직원의 이런 모습들이 환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리빙스톤 치과의 박상섭 원장은 “잘 키운 직원하나 열 의사 안 부럽다”며 “진료는 원장이 하지만 돈은 직원이 번다”고 직원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또 “서비스에서 원장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직원”이라며 이상적인 직원상을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 ▲원장을 스타로 만들어 주는 직원 ▲환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직원 ▲원장과 가치관,비전을 공유하며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직원. 이라고 제시했다. 박 원장은 이상적인 직원 설발을 위해 “오프라인뿐만 아닌, 온라인 사이트의 활용, 일정정도의 수습기간, 직원의 의견과 조언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변화를 원하고자 한다면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직원역시 의사결정과정에 동참 시켜 병원의 정책과 방향을 함께 세워나가는 수준까지 끌어 올릴 것”을 주문했다. 덧붙여 “직원을 중요한 팀원으로 생각하고 존중하며,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일정정도의 자극을 주는 것”이 지켜진다면 병원의 ‘Dream Team’의 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에게 기대하는 결과에 대해 막연히 해주길 바라는 것만으로는 직원의 잠재되어 있는 능력이 100%발휘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개입과 동시에 장애물을 없앨 수 있어야 다면 또 다른 ‘성공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1. 김인호소아과의원 )
- 김인호 원장 : 서로 간 완벽한 호흡으로 경쟁력 갖췄다
1981년에 개업 때부터 현재까지 25년간 한 간호사와 계속 일하고 있는 김인호소아과의원의 김인호 원장. 그는 “완벽한 호흡으로 말 뿐이 아닌, 눈빛조차 필요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오래 같이 있어서가 아닌, 서로간의 신뢰가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고 덧붙인다.
한 병원에서 25년간 근무직원 덕분에 동료 의사의 부러움과 질문을 늘 받았다고 한다. 대부분 금전적인 부분과 부담스럽지 않은 업무량을 장기 근무의 이유로만 알고 있다고. 그러나 김 원장은 오래 근무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비결은 ‘책임감과 칭찬’이라고 밝힌다.
“잘해 준다고 직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간호사가 병원 내에서 책임을 느끼도록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당신 때문에 우리 병원이 잘되고 있고, 당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칭찬으로 하는 일에 대한 보람과 만족을 제공해야 한다고. 이런 일에 대해서 의사들이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나 “마음을 열고 칭찬에 인색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김 원장은 “간호사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며 간호사가 병원 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강조하며 이를 간호사에게 인지시킨다고 한다.
“성실한 간호사는 혹시 모를 문제발생 여지를 감소시키며 자신은 진료에 전념할 수 있어서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밝힌다.
- 안향옥 간호사 : 단지 직원이 아닌, 주인이라는 생각 가져야
안향옥 간호사는 “한 병원에서 25년 근무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놀라는 사람이 많다”며 그 비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안 간호사는 그 이유를 ‘나는 단지 직원일 뿐이다’라는 자세가 아닌 ‘병원을 이끌어가는 구성원’이라는 마음가짐 때문이었다고 강조한다.
‘누군가 시켜서 일을 해야 하는’ 수동적인 자세보다는 ‘내 일이고 내가 책임진다’는 능동적인 자세는 일의 처리 과정에 있어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에 보다 능동적으로 임할 것을 당부했다.
안 간호사는 “김인호 원장과는 상호간의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병원에 관한 모든 일을 수월하게 만들 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녀는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언짢다고 그만 두는 사례를 많이 접한다”며 “현재가 아닌 좀더 훗날을 생각한다면 쉽게 그만두지 않게 될 것”이라며 한 번 더 깊게 생각해주기를 당부했다.
혹시라도 원장이 자신에게 서운하게 하더라도 ‘원장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도 있다’라는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불만 사항과 건의사항에 있어서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직원도 있다. 이런 부분을 원장이 먼저 유도를 해서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 간다면 쉽게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사례1. 미소내과 김택수 원장)
- 직원간의 갈등, 트러블 메이커를 잡아라
개원 5년차로 시흥시 장곡동에서 미소내과를 경영하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으로 이전 개원을 앞두고 있는 김택수 원장도 개원 초기에는 직원 관리로 적지 않은 가슴앓이를 했다고 털어 놓았다.
통상 의원에서는 2~3명의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를 채용하게 된다. 김 원장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가족적인 신뢰와 분위기 조성을 직원 관리의 원칙으로 정했지만 한 간호사가 2개월을 근무하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는 것.
- 직원 갈등으로 동시에 퇴사
“두 사람의 간호사를 채용했으나 후임 간호사의 경우 업무가 익숙해지면 ‘내일부터 못 나오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몇 차례 이러한 일을 반복한 이후에야 직원간의 갈등이 주 원인인 것을 파악했다. 그러나 병원 업무에 익숙한 고참 직원이 문제 발단이기 때문에 몇 차례 주의를 줄 뿐 마땅한 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새로운 직원을 충원한 후 2주일 쯤 지난 뒤 두 직원이 크게 다툰 다음 두 직원이 모두 출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던 병원은 밀려드는 환자에 김 원장은 혼자서 5명 단위로 진료하고 이어 처방과 주사제 처치를 해야 했던 몇 일간의 아찔한 상황을 회고 했다.
이때, 소아환자 보호자로 온 전직 간호사가 이 모습을 보고 “저도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며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자원을 한 것이다. 경험 많은 기혼 간호사를 채용하고부터는 직원관리는 안정을 찾게 되었고 새로운 직원들도 지속적으로 안정되고 병원업무를 보조하고 있다고 한다.
- 직원 재교육은 가장 중요한 재투자
이러한 미소내과의 사례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개원가의 현상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직원을 잘못 채용하게 되면 간단히 그만 두게 할 수도 없고, 또 그런 직원 때문에 좋았던 근무 분위기도 흐려지고 직원 간 갈등의 요인이 된다”며 사람이 가장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간호사를 비롯한 직원 채용 알선기관이 마땅치 않아 원장 혼자서 병원을 운영해야하는 의원의 경우 두루 조건을 갖춰진 직원을 채용하기도 벅차다고 토로했다. “특히 직원사이에는 트러블 메이커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관리가 병원 환경을 좌우하는 것 같다”는 조언이다.
이어 김 원장은 환자 진료.에 하루하루가 벅찬 일정이지만 직원에 대한 재교육의 필요성도 제기 했다. 재교육의 경우 직무 교육도 중요하지만 환자 응대법을 비롯한 대인관계의 상식과 교양교육이 병원 발전을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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