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별, 병원 간, 양·한방 등 다양한 형태
.........환자중심 의료의 새로운 트랜드로 부상>
사회가 발전하고 의료 환경도 급변하면서 환자들의 요구와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병원도 이런 변화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것만 고집하는 것은 우위에서 뒤처지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과 의사들은 환자의 입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접근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특성화라는 명제는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병원의 특성·전문화를 위해 협진체제로 차별을 두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환자의 만족과 그에 따른 병원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만이 아닌 공존 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 협진은 한차원 발전된 의료
경기도 산본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의 의사는 “효율성과 능력의 극대화를 위해서 여러 명의 의사가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보다 적절한 치료를 하고 협력을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것은 병원이 가야 할 지향점”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유명한 의사로 먹고 사는 병원은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 성북구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는 오성근 원장은 “지금은 느낄 수 없지만 공공의료가 확충되고 경쟁이 지금보다 심화되는 날이 오면, 개원가 역시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한다. 아울러 “환자가 신속한 시간에 가장 정확한 효과를 받을 수 있으려면 병원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협진은 고객만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자 마케팅의 일환이 되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혼자가 아닌 여러 의사가 최선을 치료 방법을 논의해 그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은 진료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환자의 만족을 얻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병원에서는 보다 큰 실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의 암 클리닉센터의 의사는 “협진은 환자가 이곳 저곳을 다니며 진료를 받는 것이 아닌,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환자 중심의 보다 발전된 의료체계”라고 말한다. 덧붙여 “경쟁에서 앞설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영역을 넘나드는 협력을 통한 협진은 비단 병원 내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병원과 병원, 양학과 한학 등 현재 여러 분야에서 도입했거나 정착 돼가고 있다.
* 병원 내 진료영역의 공유
종합병원에서 하루 만에 검진과 진단, 치료까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는 오늘날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동안 ‘하루종일 대기시간’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던 3차 의료기관의 이런 모습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 이런 변화는 그동안 분화됐던 진료 시스템을 협진을 통한 통합 진료를 함으로서 가능해 졌다.
분당 서울대병원의 ‘폐암 클리닉’은 흉부외과가 주축이 되어 호흡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4개과의 분야별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는 중복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며 같은 날 모든 진료가 가능하다. 또한 진료비도 한 번만 청구가 되어, 외래 진료로 인한 환자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서 진료 영역을 파괴한 클리닉의 개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실시중인 ‘담석 클리닉’은 소화기내과, 외과, 방사선과에서 서로 협력해 진료, 검사, 통보의 과정을 하루 만에 끝내도록 했으며 ‘심장 초진 클리닉’ 역시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등이 협진체계를 이루고 있어 검진에서 입원까지 하루 만에 가능하다.
이들 종합병원 관계자들은 “높아지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들의 욕구를 채우는 한편, 병원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팀별 협진체제는 더욱 공고히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이를 반증하기라도 하듯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이대목동 병원 등, 대다수의 병원은 오래전부터 통합진료를 통한 협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 개원가의 새로운 경쟁력
이런 협진시스템은 대형 병원에만 국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개원가에서도 여러 형태를 통한 협진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소아과와 산부인과, 성형외과와 치과·피부과와의 협진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 또 실시중인 대부분의 의사들이 협진시스템에 만족하고 있다.
치과 전문의와 협진 체계를 이루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수미 성형외과의 김준철 원장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 하고 있다”면서 “좋은 치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특히 환자들에게 더욱더 큰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한다.
수원시의 선 한의원은 양·한방 협진치료법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검진과 진료, 수술 모두 외과의사와의 협진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치질 수술에 있어 마취는 양학으로, 실제 수술은 한학으로 하는 식이다. 수술 통증이 없으며 바로 퇴원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만족도도 높은 편.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클리닉 유는 유방암 진단과 치료를 단시간 내에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전문의 두 명의 협진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 외과담당의 서준석 원장이 진찰을 하면 초음파 검사와 방사선과를 담당하는 홍주희 원장이 뒤이어 바로 실시한다. 이로 인해 클리닉 유는 오래 대기해야 하는 대형병원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개원가에서도 협진과 협력시스템으로 나름대로의 자생력을 갖춰가고 있다.
* 네트워크를 통한 병원 간 협진
협진의 또 다른 형태는 병원 간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대형병원의 환자 집중현상, 대도시로 이동되는 환자의 문제해결과 올바른 의료 전달체계의 정착에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95년부터 전국의 각 병·의원들과 ‘협력병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협진 병·의원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Refer 시스템’을 개발했다. Refer 시스템으로 진료 기록을 협진 병·의원과 공유하고 되의뢰 시 담당의사가 직접 소견서를 작성하도록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전국 74개의 병원과 915개의 병·의원 920명의 협진 의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협력 병원제가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전체 의료계 의료수준 향상을 위한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북대병원 같은 경우 의사전용사이트를 통해 전북지역 1,2차 병·의원간의 적극적인 상호 진료의뢰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전북대병원의 진료의뢰센터의 홍윤주씨는 “의뢰 환자의 신속하고 정확한 진료와 함께 진료 결과의 회신, 진료 후 되의뢰를 통해 지역병원과 더불어 발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며 “1,2차 병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환자진료에 필요한 의학적 지식과 기술의 지원, 환자의 상호 진료 의뢰체계 구축 등으로 편익 제공에 크게 기여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대 안암병원, 한양대 류마티스 병원, 인하대병원 등에서 최신 의료장비 및 의료정보, 진료의뢰 등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병원 간 협력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이처럼 병원들은 협력 병·의원을 통해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환자를 꾸준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병원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진료 협력시스템은 환자와 개원가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남도 천안시의 전민규(31)씨는 “이곳 병원에서 의뢰를 해준 다른 병원을 방문했을 때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여러 절차 없어서 빠르고 편하게 받고 올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한다. 경기도 오산의 동재내과의 윤동열 원장은 “환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으며 대형병원의 선진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 양·한방 협진으로 서비스 질 높인다
양·한방 협진은 이미 보편화된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 9월 27일 개원한 일산의 동국대학교 한방병원. 이 병원은 양·한방 협진으로 뇌졸중, 만성통증, 재활의학 분야, 암종 치료 분야는 의사와 한의사가 상호의견을 교환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주로 급성 질환은 의사가, 만성 질환은 한의사가 맡아 치료하며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한계를 서로 보완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2005년도 병원 서비스 부문 NCSI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한 경희의료원. 조사대상 병원 중 유일하게 양·한방 협진을 통한 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양·한 협진을 시행한 병원이나 환자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양·한 협진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는 76%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협진에 대해서 양·한방간의 역영 침해와 영역 보호 라는 구실로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경기도 광명의 성환한의원 심철용 원장은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진료와 치료가 선행 되어야 한다”면서 “고객만족을 위해서라도 양·한 협진은 시대적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양·한방 협진은 의료시장 개방 후 국내에 진입할 의료기관이 따라할 수 없는 한국적인 특화된 시스템으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 협력으로 WIN-WIN
현재 2·3차 병원에서는 생존을 위한 변환에 적극적이다. 또한 여러 가지의 실익을 이유로 협력병원 찾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대형병원의 ‘협력병원 찾기’는 개인병원에도 좋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전문성과 신뢰감을 줄 수 있으며 또한 병원의 위상 또한 강화할 수 있다.
또한 환자의 인식 속에 위상을 강조할 수 있고 이런 과정은 의료광고와 마케팅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 보다 효과적인 병원홍보가 될 수 있으며, 앞선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 이해와 인정이 선결되어야
서울 불광동의 외과 개원의는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병원에 계속해서 들리는 이른바 ‘닥터쇼핑’ 환자가 많다”며 “협진을 통해 진료 영역을 확대·공고히 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환자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남들이 한다고 지금 당장 특화를 시킨다거나 무리하게 협력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또한 병원이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목표에 맞지 않게 추진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협진체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결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타 영역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 실제로 인천의 모 병원에서는 진료과 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환자들의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갈라설 수 밖에 없었다.
협진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다른 의사나 병원의 의견 즉,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을 받아 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 될 때 진정한 협진 시스템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실력’이 아닌, 열린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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