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부익 부, 빈익 빈 현상"
경기에 따라 환자가 늘거나 줄어드는 일은 흔히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그 중에서도 치과는 조금 늦게 치료를 해도 생명에 지장을 받지 않아 경기에 민감한 요양기관 중 하나이다. 임프란트나 교정, 심미치료 등 비보험 치료는 경기가 좋을 때 활발한 반면 소비가 꽁꽁 묶여있는 시기에는 비보험보다 보험치료를 많게 여기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와 상관없이 환자가 한 곳에만 편중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자가 있는 곳은 꾸준히 진료를 해 불경기를 모르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폐업을 생각하는 치과도 있다.
서울에서 5년째 개원하고 있는 C원장은 몰려오는 환자를 혼자 감당할 수 없어 얼마전 페이닥터를 구해 함께 진료하고 있다. 그러면서 C원장은 이중치과개설이 허용되면 지금의 치과는 페이닥터 명의로 해놓고, 나는 시내로 나가 평수가 넓은 치과를 개원하면 잘 될 것 같은지 은밀히 물어보기도 했다.
반면 서울 강남에서 잘 나가던 교정치과를 개원하고 있는 A원장은 “하루 평균 2~3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찾고 있어 몇 달간 적자 경영을 하고 있다”며 “치과를 접고 공직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그마저도 쉬운일이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A원장은 주변에 치과의원의 수가 늘자 더 좋은 개원지를 찾아 이전 개원했으나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폐업을 생각한지 오래다.
변화하고 있는 의료환경 대처 못해
치과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한 지역에서 치과의 수가 계속 증가하다보니 서로 경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환자의 감소로 개원지를 옮기는 치과의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지난 해부터 불어닥친 오랜 불경기로 그 현상이 조금씩 심화되고 있을 뿐이다.
불경기로 인해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받는 곳은 공동개원치과와 대형화치과이다. 단독개원은 경기에 따라 직원의 수를 줄이거나 유지비용을 줄이며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대형치과병원은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적은 평수의 치과에 비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환자가 많으면 치과를 유지하는데 큰 문제가 없으나 불경기가 지속되면 환자의 수도 줄어들어 경영 악화로 치과를 유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00년에 100여평의 치과를 3명의 원장이 공동개원한 경기도의 K치과는 지난 해 환자의 감소로 결국 서로 갈라지는 사이가 됐다. K치과 P원장은 “매달 공통적으로 가져가던 수입이 줄어들면서 원장들끼리 돈에 대해 더 민감해지게 됐다”며 “환자가 줄어들면서 친했던 원장들과의 신뢰도 동시에 깨진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K치과는 개원 당시부터 3명의 원장이 분야를 정해 놓고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또 수입에 대해서는 3명의 원장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오픈해 투명하게 했다. 그러나 환자가 줄어들면서 식대 및 재료비 등 잡비까지 원장들이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3명의 원장이 서로 믿지 못하는 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P원장은 “정말 사이 좋은 선후배였는데, 지금은 서로 얼굴도 보기싫은 사이가 됐다”며 “친한 사이는 절대로 공동개원을 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충고가 떠오른다”고 했다. 또 전국에서 가장 큰 평수 중 하나라고 알려진 지방의 모 치과도 지난 해부터 환자가 없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이 돌고 있다.
반면 C원장과 마찬가지로 불경기에도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페이닥터가 없으면 진료하기 힘든 치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치과들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원인은 뭘까?
꾸준한 환자 관리가 중요
치과가 늘어난 것이 치과들간에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치과가 적을 때는 환자가 알아서 찾아왔으나 치과가 많아지면서 선택하게 된 것.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진료와 경영이 개원의들의 필수가 되고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치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원장이 경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전에는 모든 과목의 진료를 잘 하는 슈퍼G.P가 되면 됐으면 그만이었으나 이제는 그와 함께 경영관리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치과경영세미나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다.
하루 평균 3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서울의 A치과 C원장은 “매일 진료가 끝난 후 하루 동안 진료한 환자 내역을 다시 살펴본다”며 “그중에서 환자의 상태나 진료에 의심이 가는 환자는 스탭에게 확인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A치과의 스탭은 꾸준히 환자 관리로 그 지역에서는 ‘진료를 잘하는 치과’로 환자들 사이에서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나 개원의들은 환자 관리보다 스탭관리가 더 중요하지만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탭이 많으면 끼리끼리 몰려 다니는 경향이 있으며, 스탭이 적으면 그들끼리 사이가 틀어져 어느 한명이 치과를 그만두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모든 스탭을 잘 관리할 수 있는 헤드를 잘 선발하고 관리하면 스탭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폐업하는 치과는 개원지보다 원장의 경영 마인드 부족에서 오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환자가 줄어드는 요인을 불경기로 볼 것이 아니라 무언가 환자가 자신의 치과에 만족하지 못해 오지 않는 것이라 판단하고 이를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치과를 찾는 환자의 부류는 어떤 사람이고, 어느 지역에서 환자들이 내원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점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이를 해결할 수도 있다.
치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세무문제, 의료개방 등 의료환경의 변화로 앞으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개원환경에 개원의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잘나가는 치과가 될 것인지, 폐업을 생각하는 치과가 될 것인지는 결국 원장의 마인드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혜숙기자 pong10@gae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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