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로 병원들 운영난......성형외과 안과 등 ‘인기분야’ 더 심해>
부산시 부산진구의 A피부과. 대기실에는 여성 고객들이 의자에 앉아 잡지를 읽으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부과 간호사가 이들에게 와서 “차라도 드시라”며 과자와 녹차 티백까지 들고왔다.
이 병원은 최근 진료 마감시간을 오후 6시에서 8시로 2시간 더 연장했다. 병원 측은 “부산진구에만 20개가 넘는 피부과가 경쟁하고 있는데 경기불황에 주5일제 도입 등의 여파로 경영이 어려워져 직장인들을 겨냥, 진료시간을 연장했다”며 “환자들 반응이 좋으면 진료시간을 더 연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비보험 진료 대상으로 ‘잘 나가던’ 부산지역 개인병원들이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환자 수가 크게 줄자 ‘환자 모시기’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27일 부산시의사회 등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역 개인병원들의 환자수는 예년에 비해 30%이상 감소했으며, 특히 거액을 들여 고가의 의료기기를 구입했지만 환자가 크게 줄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는 병원도 여러 곳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병원들이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야간진료를 확대하거나 휴일진료 프로그램까지 시작했고, 심지어 ‘연중무휴 진료’를 내세우는 병원도 생났다. 의사회 측은 “부산 지역의 중•대형병원은 물론이고 개인병원들의 경영난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며 “좋지않은 경기상황에서 어떻게든 양질의 서비스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특히 성형외과나 안과 등 이른바 종래 ‘인기 분야 병원’의 경우 이런 상황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부산 중구 B성형외과의 경우 최근 직장 여성들을 대상으로 야간 진료를 시작했으며, 부산 해운대구 C안과는 월•금요일, D성형외과는 매주 수요일에 각각 오후 9시까지 야간 진료를 하기로 했다. 앞으로 연중무휴 진료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C안과 측은 “얼마나 확산될지는 모르지만 개인병원들 대다수가 야간진료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진료시간 연장한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돈 아끼려고 병원 안가는 사람들이 시간많다고 오겠느냐”고 말했다.
입시학원 강사 정모(여•32)씨는 최근 부산진 지역에 있는 한 안과에서 135만원을 주고 라식수술을 받았다. 아는 사람 소개로 찾은 병원이었지만 의사가 처음 제시한 가격은 250만원이 넘었다. 정씨는 “너무 비싸서 수술 못받겠다고 하니까 병원 측에서 바로 가격을 180만원 선까지 깎아주겠다고 하더라”며 “부산 지역의 경우 라식수술 가격은 1~2년 전만 해도 대략 350만원~400만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라식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부산 서면의 F안과도 최근 수술환자가 줄자 “한 달에 1000만원씩 하는 라식수술기구 임대비라도 벌어야한다”며 수술비를 50%나 할인했다.
부산시 의사협회 오희연(산부인과•여•37) 공보이사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환자 급감으로 어쩔 수 없이 암암리에 진료비를 할인해주는 지역 병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가정의학과, 통증클리닉처럼 보험이 적용되는 병원들 상당수도 진료비에서 본인부담금 30%를 제하고 정부에서 보조하는 보험료 70%만 챙기는 방식으로 진료비를 할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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