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근로자가 억울하게 해고됐다며 법원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구제신청 자격 자체가 안된다며 패소판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해고의 부당성 여부는 심리조차 되지 못했다.
주40시간 시행, 퇴직연금제 도입 등 근로자의 근무조건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에도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나 퇴직금 수혜 등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2003년 기준 4백84만명으로 전체 근로자(1천4백80만명)의 33%나 된다.
◇“심리대상 아니다”=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유남석 부장판사)는 27일 포항 ㄱ교회 관리집사로 근무했던 박모씨(58) 부부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행법은 상시 근로자가 4명 이하인 사업장에 대해 부당해고 구제신청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 교회에서 보수를 받은 사람은 담임목사와 전도사 각 1명뿐으로 상시근로자 5인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부당해고 여부에 대해서는 “심리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해고가 부당하든, 부당하지 않든 현행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로자 보호 사각지대=‘부당해고 구제 대상제외’와 ‘퇴직금 미적용’은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가 겪어야 하는 대표적인 행정적 불이익이다. 또 근로시간, 연•월차 휴가 등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근로조건도 열악하다. 노동부 실태조사 결과 2003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월평균 218시간을 일하고 1백15만6천원의 월급을 받았다. 이는 20시간 적은 198시간을 일하고 1백98만원의 월급을 받은 1,000인 이상 기업 근로자와 대조를 이룬다.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직사업실장은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들은 적은 보수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근로복지정책에서는 소외돼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우선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행정력 미비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호가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2000년 체불임금 인정을 기존 ‘5인 이상’에서 ‘전 사업장’으로 확대한 결과 신고사건이 2배 이상 폭증했다”면서 “퇴직금과 부당해고까지 확대적용하기엔 현재의 행정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상주•최희진기자 s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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