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졸 취업 증가 인원 중 사상 처음 여성이 남성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취업 증가율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4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는 등 고학력 노동시장에서 ‘여성파워’가 두드러지고 있다.
23일 통계청이 내놓은 ‘2004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졸 이상 학력의 여성 취업자는 1백46만명으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반면 남성 대졸자 취업 증가율은 2.2%에 그쳐 여성이 남성보다 3.63배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대졸자는 지난 한해 취업자가 10만7천8백명 늘어난 반면 남성 대졸 취업인구는 7만3천명 증가하는 데 그쳐 대졸 취업 증가 인원수에서 사상 처음 여성이 남성을 추월했다.
여성 대졸 취업자는 2000년 6만9천명(남성 6만9천명), 2001년 6만5천명(남성 10만7천명), 2002년 10만1천명(남성 10만6천명), 2003년 19만8천명(남성 50만8천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왔으나 취업 증가 인원수에서는 항상 남성 대졸자를 밑돌았다.
1999년에도 남성 대졸 취업자가 6만6천명 줄어든 반면 여성은 4만명 늘어난 적이 있지만, 당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들의 대규모 실직사태로 대학을 나온 뒤 가사를 돌보던 전업주부들의 취업이 일시적으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경수 연구위원은 “고학력 여성의 취업 증가는 범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고학력 여성이 저학력 남성에게 불이익을 당한 측면이 있었으나 정보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지적인 노동수요가 늘어 상대적으로 고학력 여성의 취업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의 지난해 10월 고용통계를 보면 전체 제조업의 신규 취업은 남성(3만명)이 여성(1만7천명)을 2배 가까이 앞질렀지만 전자부품·영상·음향 및 통신장비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거꾸로 여성 신규 취업자(4,368명)가 남성(3,415명)보다 많았다.
이에 따라 전체 대졸 취업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98년 25.1%에서 2003년 28.7%로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는 29.8%로 30%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는 산업구조가 갈수록 고도화됨에 따라 고학력 여성 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졸자 취업증가율도 여성은 2000년 7.5%(남성 3.1%), 2001년 6.6%(남성 4.1%), 2002년 9.6%(남성 3.9%) 등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7개년 중 4개년이나 남성을 앞질렀다. 반면 여성 대졸 실업률은 2003년 3.4%, 지난해 3.3%로 각각 2.7%와 2.6%에 그친 남성 대졸 실업률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여성 대졸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 고학력자들의 사회진출 욕구가 높아지고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그만큼 경제활동 참여를 희망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강진구기자 kangj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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