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몰래 가져간 연구업적, 세종병원 '서울대 병원 너무하네'>
- 연구업적 가져가는 교수에 병원들 '벙어리 냉가슴'
의료계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개원가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규모가 큰 대형병원들간 경쟁도 그에 못지 않게 치열해지고 있다.
대학병원들을 위주로 한 대형병원들은 시설개선과 몸집불리기에 나섬과 동시에 병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우수한 의료인력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뛰고 있다.
최근 한 대학병원에서는 기획조정실에 억대연봉자들을 뽑는 한편 또 다른 병원에서는 교수진 12명을 대거영입하기도 하는 등 병원들간 인력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경쟁이 치열한 의료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면서도 동시에 의사들 개인에게는 더 나은 환경을 부여하는 등 의료계 발전을 이루는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일단 옮겨간 병원에서 빠른 시간 업적을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일부 교수들이 기존 병원의 연구자료 등을 가지고 와, 마치 새 병원에서 연구한 성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경우가 있는 것.
실제 지난주 서울대학병원에서는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의 수술경과를 추적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를 발표한 K교수는 다른 병원에 있다가 최근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이로, 이 연구가 11년동안 추적조사한 결과임을 감안하면 앞서 재직했던 세종병원에서 연구한 결과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
이 결과를 발표한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내놓기 전에 병원간에 이야기가 끝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 업무조율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K교수가 근무했던 세종병원 관계자는 "무슨 소리냐"며 "서울대병원 측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난 뒤, 우리에게도 통보해 그때서야 알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K교수가 발표한 자료는 그동안 우리병원을 찾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엄연히 우리 자료라고 할 수 있다"며 "사전 의견 조율없이 옮겨간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너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교수와 공동연구한 것으로 알려진 B교수 역시 "나도 언론보도가 나간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며 "같이 연구한 것인데 누가 발표하면 어떠냐"면서도 내심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 소재 C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이런 경우 교수들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대학병원 연구나 자료의 경우 교수들 공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유출이나 이동시 명확한 규칙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D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실시한 임상연구나 자료의 경우, 소속을 바꾸면 가져가면 안된다"며 "소속된 병원이나 단체에서 연구한 것을 그곳에서 얻은 자료이기 때문에 그곳의 소속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는 이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런 경우가 대학병원 사이에서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작권 등을 떠나 공동연구자들끼리 신뢰와 도의적인 문제로 봐야한다"며 강조했다.
C대학병원 정신과 교수 역시 "대개 같이 연구한 자료나 결과물은 교수들끼리 협의해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상의 안하고 발표할 경우 도의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런 지침이나 규칙이 대부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그동안은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통했지만 우리 의료계도 한 걸음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서도 엄격한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아임닥터뉴스]
구성헌 기자 carlove@idoctor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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