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퇴직금 합산 연봉제 무효 판결 후 줄소송 예상
퇴직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해 지급키로 한 병원장과 봉직의사(페이닥터) 간 계약은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유사 소송이 봇물 터지듯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병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중소병원들은 국세청의 잇단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세금 액수와 관계없이 일정금액이 보장되는 이른바 ‘네트(Net)제’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봉직의사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세금 명목으로 줄어드는 월급 대신 매달 정액의 급여를 받을 수 있고, 병원 역시 세율이 훨씬 낮은 퇴직금을 월급에 합산해 지급하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 선호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이같은 네트제가 탈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연봉제를 도입한 병원들이 늘고 있지만 이 역시 퇴직금을 매월 분할해 월급과 함께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경우 개별 중소병원이 부담해야 할 퇴직금 액수가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봉직의사들의 급여액이 높은데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는 봉직의사들의 특성상 한 군데서 퇴직금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너도나도 소송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소병원의 봉직의사 월급은 대학병원 의사보다 40~50% 더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봉직의사들의 모임인 ‘봉직의 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이직률이 높은 봉직의사들이 손에 쥐어지는 월급액을 확실히 받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네트제”라며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만큼 봉직의들이 어떤 공동행동을 할 지 조만간 모임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법원은 퇴직금을 월급에 합산해 일괄 지급받기로 한 근로자와 사용자간 약정은 무효이므로 퇴직시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요구를 거절한 것은 고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전주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윤씨는 2005년 10월 가정의학과장으로 퇴직한 이모씨가 “3년 간의 퇴직금 140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자 “월급에 퇴직금이 포함돼 있었다”며 지급을 거절하다가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2심에서 무죄를 각각 선고받았다.
원심에서는 윤씨가 이씨와 연봉계약 당시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켜 미리 지급키로 했고, 이를 지켰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퇴직금지급청구권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월 지급받은 월급 등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했다 해도 이는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관행상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퇴직금 지급요구를 거절한 것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상당한 이유’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중소병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부산의 J병원 원장은 “이미 계약할 때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이제와서 퇴직금을 달라고 하면 어떡하느냐”면서 “결국 봉직의들은 퇴직금이 포함된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 나서 나중에 또 한번 퇴직금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소병원협의회는 이번 기회에 말썽 많은 총액 방식의 연봉제를 바꾼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30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총액연봉제를 대체할 새로운 방식의 연봉제를 찾기로 합의했다.
이 협회 관계자는 “오히려 이번에 퇴직금과 세금부담 등의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다만 회원사들이 퇴직금과 관련해 줄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무법인 해미르의 정용주 변호사는 “퇴직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는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특정 병원에 소속된 봉직의사들이 다수일 경우에는 집단 소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출처 : 메디컬투데이]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 |
이전글 : 
다음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