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의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의사들의 시선이다. 자신의 눈높이를 버리고 환자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기 위한 CS(Customer Satisfaction)경영이 이젠 보편화된 상태. CS경영이 보편화된 이유는 불황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의료의 질 향상과 평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결국 진료실 밖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느냐가 중요 과제가 된 것이다. 몇 해전부터 개원가는 이 과제에 대한 해답을 ‘병원코디네이터’를 통해 찾고 있다. 일반기업과 달리 병의원 고객만족 서비스의 핵심 키워드는 ‘의사와 환자간의 소통’이다. 접수에서 수납, 사후관리까지 의사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 챙겨, 의사와 환자가 원활히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병원코디네이터’의 역할이다.
1993년 현재의 ‘예치과 네트워크’가 만든 신조어로 이미 서울과 수도권 병의원에선 이미 대중화되어 있는 ‘병원코디네이터’. 이젠 병의원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한번쯤은 뒤돌아봐야할 시점이다.
* 의사-환자간 ‘조정’이 주된 임무
현재 병원코디네이터의 활용 현황을 보면 미국 등 선진국에는 병원마다 한 두명의 전문 코디네이터가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8년전인 1997년 처음 도입되었다. 아직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어 있진 않지만 치과를 비롯해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비급여 중심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강남지역은 대부분 병원코디네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상태. 비급여 중심과목을 벗어나 타과에서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 비급여과에서 전 진료과로 확산
병원코디네이터는 한마디로 의사와 간호사가 하는 일을 뺀 모든 고객 서비스를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고객과 병원간의 소통의 임무를 지닌 코디네이터의 주요 업무는 예약에서 사후관리까지 병원 서비스의 모든 일을 조정하는 것이다.
고객인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면 미소로 맞이하고 안내하는 것으로 시작해 의사나 간호사에게 원활히 고객을 인계하는 일 뿐 아니라, 불편한 점이나 궁금한 점 등을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이렇듯 환자와 병원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코디네이터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보통 ‘트리트먼트(treatment) 코디네이터’, ‘서비스(service) 코디네이터’, 그리고 ‘리셉션(reception) 코디네이터’로 나누기도 한다.
트리트먼트 코디네이터는 의료 관계자가 담당하는 분야로 치료 계획을 수립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의사의 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치료 중계를 해준다고 보면 된다.
서비스 코디네이터는 진료 과정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 의사와 환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리셉션 코디네이터는 수납과 예약업무, 쾌적한 병원 환경조성, 전화 응대와 상담 등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그밖에도 초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환 코디네이터, 상담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 코디네이터 등으로 분야가 나눠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분야가 꼭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치과면 치과, 성형외과면 성형외과 나름대로의 병원이나 과의 특성마다 필요한 분야가 다르게 나뉘어질 수 있기 때문.
* 무릎 꿇는 서비스에 환자 ‘당황’
채용공고 통계로 봤을 때, 현재 병원 중에서도 코디네이터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한의원,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순이라고 한다. 이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디네이터를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는 비교적 상담시간이 길고, 치료 전후에 관리가 필요한 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원과 동시에 코디네이터를 활용해온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성형외과 에스테틱)의 경우, 현재 각 지점마다 약 3명의 코디네이터가 상주하고 있는데, 직책에 따라 파트를 나눠 각각 다른 부분의 서비스를 맡기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나라 관계자는 코디네이터의 효과에 대해 “코디네이터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하다보니, 처음에는 차를 대접하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고 대화하는 등의 서비스에 당황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음 내원 때는 친해진 코디네이터를 직접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심지어는 코디네이터의 친절한 응대에 사생활까지 얘기하는 환자들도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로 인해 병원이 결코 딱딱하지 않은 곳이라는 이미지로 인식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 치료에 대한 이해도 높여 매출 증대
코디네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또 다른 병원인 대추나무한의원 이창우 원장은 “코디네이터와 충분한 상담을 하고 진찰실로 들어온 환자는 의사의 상담을 쉽게 이해하게 되고, 의사가 제시하는 치료법을 이미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동의율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며, “의사는 번거로운 세세한 상담을 줄일 수 있어 업무피로도가 줄어들게 되고, 병의원의 수익률은 환자 동의율이 높아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고 말한다.
이처럼 코디네이터를 활용한 병원들이 하나같이 꼽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고객인 환자와 의사간의 ‘소통’의 문제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병의원에서의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 문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면서도 그동안 가장 이루어지기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코디네이터로 인해 환자는 알권리를 충족하고, 병원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만족시켜줌으로 지속적 고객 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원코디네이터 채용의 순기능으로 인해 추가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병원코디네이터는 아직 명확한 개념규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익숙지 않은 점이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의사는 진료, 간호사는 진료보조’라는 명제처럼 간결하게 개념규정이 되어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
분명한 것은 병의원의 권위적인 태도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단지 경영개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무장 개념의 직원보다는 의사와 환자사이의 다양한 조정으로 환자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코디네이터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것. 또한 앞으로 진료과목별, 혹은 특화된 치료 아이템별 전문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형태 전문화된 코디네이터들도 생겨날 것도 예상된다.
이전글 : 
다음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