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공채시장이 문을 활짝 열었다. 외국계 기업을 필두로 공기업, 대기업, 벤처기업 등 각 기업들의 ‘인재 구하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청년실업 50만 시대’에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하반기 취업 경쟁에 뛰어든 취업 희망자들을 위한 ‘실전 정보’를 모았다.
어젯밤에 한 번 세어봤죠. 제가 올 하반기 입사지원서를 제출한 기업이 30군데더라고요”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을 졸업한 김 아무개 씨(26세, 여)는 30군데 기업 중에서 절반이 조금 넘는 곳에서 서류가 통과 됐다고 했다.
다 같은(?) 은행이라도 어떤 은행은 서류통과를 거쳐 최종면접까지 간 반면 어떤 곳은 아예 서류전형에서 ‘걸러졌다’는 김 씨는 동종업계에다 재계 서열이 비슷한 대기업에서도 이같은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솔직히 서류전형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요. 물론 각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겠지만 정성들여 쓴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서류통과조차 안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떻게 바꿔야 남들보다 좀 더 돋보이는 지원자가 될까요”
실제로 기자가 만나 본 많은 취업준비생들 역시 김 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김 씨처럼 3, 40군데 이상의 기업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그리고 한결같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이렇게 하면 된다더라”는 식의 ‘~라 카더라’ 통신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얘기가 정확한 정보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 또한 이들의 공통된 점이었다.
수천 대 1의 경쟁률에 육박하는 취업 관문. 그래서 정확한 정보 하나하나가 아쉬울 따름이다. 서류전형에 대한 궁금증부터 개별면접과 집단토론면접 그리고 몇 해 전부터 취업의 중요한 변수가 된 직무적성검사까지. 소문만 무성한 입사전형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봤다.
지난 7일 강남역의 한 사무실에서 취업전문가를 만난 기자는 취업에 대한 ‘전문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15초 걸리는 자소서 검토시간, 매력적인 자소서를 써라!
“입사 지원자들이 쓴 자소서 내용이 하나같이 똑같아요. 대다수 지원자들이 한 기업에 제출했던 자소서 내용을 그대로 긁어 붙여서 또 다른 기업에 내고 있어요. 이런 자소서로는 수십 년 간 채용을 하면서 노하우가 쌓인 기업 채용담당자들 눈에 띄기 어렵죠”
‘왜 나는 서류통과도 안되는지 모르겠다’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자소서가 다 똑같다’며 쓴소리를 던진 이는 채용전문 포털 기업에서 근무하는 컨설턴트 여소영 씨였다.
여소영 컨설턴트는 “일반적으로 기업 채용담당자들이 이력서와 자소서 검토 시간은 불과 15초 밖에 안 된다”며 남들보다 채용담당자의 눈길을 오래 붙들 수 있는 자소서를 작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채용담당자의 눈길을 잡아두는 매력적인 자소서가 될 수 있을까.
‘인성’ ‘자기계발(과정,결과)’ ‘창의성’ ‘목표의식’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통해 이 4가지 요소를 평가한다고 여소영 컨설턴트는 설명했다. 기업들이 제시하는 자소서 항목을 살펴보면 [성장과정]→[학교생활]→[성격의 장단점]→[지원동기]→[입사 후 포부] 순으로 구성돼있다.
이 항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장과정]을 통해 지원자가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어떤 인성을 길러왔는지 알 수 있고, [학교생활]에서는 무엇을 하며 이를 통해 어떻게 자기계발을 해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작정 ‘나는 인자하신 부모님 밑에서 2남 1녀의 장남으로 자라 화목한 유년시절을 보냈다’로 시작되는 남들 다 쓰는 진부한 [성장과정]이나, ‘1학년 때는 ○○학회를 했고 그 다음에는 봉사활동과 풍물패 활동을 했다’는 식의 나열식 [학교생활]은 자소서를 통해 지원자를 알아보려는 기업의 의도에서 한 참 벗어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컨설턴트의 말이다.
이렇게 한 번 써보는 건 어떨까.
여소영 컨설턴트가 제시한 자소서 작성의 비법은 다음과 같다.
1. 자소서 항목마다 나를 나타낼 수 있는 키워드를 하나 만 써라.
지원자들이 자신을 소개한답시고 무조건 여러 개나 되는 단어를 나열하는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저는 꼼꼼하고 섬세한 편입니다. 주위 친구들은 제가 남들보다 끈기가 있고 인내심이 강하다고 말합니다’ 라고 시작하는 [성격의 장단점]란의 경우 2문장임에도 자신을 나타내는 키워드가 꼼꼼함, 섬세함, 인내심, 끈기 등 무려 4가지나 된다.
이런 경우 채용담당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 할뿐더러 짧은 시간 이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
2. 하나의 키워드를 부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써라.
[성장과정]란을 통해 자신의 아주 ‘원만한’ 대인관계를 어필하려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어머니께서는 친구를 가리지 말고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라고 말씀하셨고…’ 보다는 <라면이 떨어질 날이 없었던 우리집>이라는 소제목을 먼저 제시하고, ‘어머니께서는 항상 제게 친구를 사귀면 집으로 꼭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친구라도 어머니는 귀찮은 내색 한번 없이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주셨습니다. 그래서 항상 우리집에는 라면이 떨어질 날이 없었습니다’는 식으로 맺어보면 어떨까.
‘라면’으로 시작하는 작은 사례만으로도 지원자가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채용담당자에게 인상 깊게 남을 수 있다.
3. 참신한 소제목을 적극 활용하라
두 번째 비법에서도 살짝 언급했다시피 소제목은 15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채용담당자의 눈길을 끄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 아버지는 제자들과 1촌>이라는 소제목을 쓴 지원자가 있다. 요즘 1촌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서 이 제목은 채용담당자의 관심을 끌기 좋다. 아버지가 시대에 맞게 인터넷으로도 제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구체적인 사례를 이어나가면서 지원자는 자신이 아버지를 통해 대인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웠으며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녹아나도록 쓰면 된다.
4. 오프라인정보를 활용해라!
삼성그룹 건물에 한 번도 안 가봤으면서 삼성에 지원한다고? 정보의 보고라 불리는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는 누구나 얻을 수 있다. 인터넷 정보는 꼭 알아야하는 필수정보일 뿐이라는 것. 따라서 직접 발로 뛰어서 참신한 정보를 얻는 일이야 말로 돋보이는 자소서를 쓰기 전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특히 자소서의 [지원동기]란은 참신한 내용이 담길수록 채용담당자의 눈길을 오래 붙잡을 수 있다. 입사하고픈 기업에 다니고 있는 선배를 만난다거나, 지원자 자신이 공부방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면 공부방을 후원하는 기업이 있는지 알아보라! 기업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얻기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통해 기업에 대해 새로운 면을 보게 되고 입사하고픈 열의는 더욱 강해진다. 따라서 [지원동기]란이 남들에 비해 돋보이는 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
5. [입사 후 포부]는 실현 가능한 것부터 써라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 회사의 CEO가 되겠다’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식의 원대한 계획만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채용담당자에게 어필하기 좋다.
앞서 꼼꼼함을 키워드로 제시했다면 이를 살려 각 문서에 오타가 없는지 세세히 살펴보겠다거나,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와 웃는 얼굴로 선배와 동기를 맞는 신입사원이 되겠다는 식으로 순서에 맞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써나가야 한다. 그 다음으로 원대한 꿈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6. 예의는 기본, 높임말로 자소서를 작성하라
자소서 작성난이 제한돼있기는 하지만 입사지원자가 갖춰야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예의다. 따라서 자소서를 쓸 때도 높임말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높임말을 쓰게 되면 ‘칸을 잡아먹지만’ 대신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항목 마다 자신을 나타내는 하나의 키워드를 정해 그것을 부각시키는 작은 사례로 승부를 거는 것이 취업으로 다가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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