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만 좋으면 팔리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소비자들은 그와 유사한 경쟁사 제품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제품의 차별화를 어렵게 만든다. 기업들은 점차 소비자에게 기능적인 우수함을 알리는 것보다는 소비자와의 감성적 유대감(Emotional Bonding)을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공공의 선’을 위한 공익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선행에 대해서는 훨씬 더 귀를 잘 기울여 준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상을 ‘정신적 물결(Spiritual Wave)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제 소비자는 그 제품 자체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드는 회사도 같이 보고 사게 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어느 조사에서 잘 나타나 있다. 공익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컨설팅 하는 미국의 콘 커뮤니케이션즈는 1993년 이후로 약 1천명의 특정 표본 집단을 구성해, 매 2년마다 기업 사회공헌 의식을 조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지난 2001년, 911 사태를 전후해 실시한 소비자들의 공익 마케팅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흥미롭다. 2001년 10월에 실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약 81%의 시민이 가격과 품질이 동일하다면 공익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의 브랜드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 기업의 핵심 정체성을 담아라
이는 9.11사태 이전 3월 조사의 54%에서 무려 27%나 높아진 경우다. 기업은 이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헌하는 착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어린이들의 구강 건강과 관련된 기업의 공익 캠페인 사례를 통해 프로모션의 사회 공헌적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자연친화적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톰스 오브 메인(Tom’s of Maine)’사는 용기까지 재활용하기 위해 용기마다 우표를 붙여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다 쓰고 난 후, 그 용기를 무료로 반송시킬 수 있는 것이다.
창립자인 톰 채펠(Tom Chappel)은 레몬 비누, 카렌듈라 크림 등 화학처리를 하지 않은 순수 천연재료를 고집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제조 공정으로 사회적으로도 존경을 받고 있다.
톰스 오브 메인의 기업 정체성은 고객의 건강을 우선시하고, 직원들에게 권한을 최대한 부여하며, 나아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익 활동들을 전개 해나가고 있다.
톰스 오브 메인은 매년 이익의 약 10%와 직원들의 업무 시간 중 약 5%를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세일즈 프로모션에 있어서도 비수기에 가격인하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기가 잘 걸리는 겨울철에 약 30%의 제품 가격인하를 실시하는 등 진심으로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
또한 ‘River awareness’ 라는 강을 중심으로 한 환경보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Dental Health for All’이라는 구강 건강 캠페인을 수년 동안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구강 건강 캠페인은 약 2천개의 치과와 연계해, 6만 명 이상의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 제공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캠페인 기간 동안 치과에서 구강건강과 관련된 책자를 배포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두 번 이상 양치질을 하겠습니다’라는 서약서를 받았다.
서약서는 색칠놀이 등 재미 요소를 부여함으로써 어린이들의 거부감을 없앨 수 있도록 배려했다(그림 1, 2). 이밖에도 20만개 이상의 치약을 무상으로 소외계층에 공급하고 있다.
● 단순 기부보다 직접 캠페인이 효과
국내 어린이의 충치 경험률은 OECD 가입국의 3배가 넘는 상황이라고 한다. LG생활건강의 ‘학교에서 이 닦자’ 캠페인은 기업이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공익활동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학교에서는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 올바른 양치 습관을 어릴 때부터 갖게 해준다는 취지 아래 양치를 위한 별도의 독립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 그 골자다.
2004년 남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기존 교실 전체를 리모델링해 ‘양치 교실’ 설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치교실’은 구강 교육 및 양치 공간은 물론, 놀이와 휴게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복합적 환경으로 꾸며져 학부모, 교사, 어린이들로부터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캠페인의 시작은 2004년 8월 2일로 국내 최초로 12세 ‘치아 성인식’을 마련하면서 본격화됐다.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인터넷을 통해 선발된 12세의 어린이 120명이 모여 진행됐고, 페리오의 고유 3색인 옐로·블루·그린을 땅·물·숲으로 상징화시킨 환경친화적 캠프로 열렸다.
‘옐로 데이(Yellow Day)’인 첫째 날,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흙과 친해지는 시간과 함께 ‘도전! 치아 골든벨’ 프로그램을 통해 치아 상식을 즐겁게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 둘째 날인 ‘블루 데이(Blue Day)’에는 파란색 셔츠를 입고 물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 후, 캠프파이어와 촛불의식을 통해 치아 성인으로서 부모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뜻 깊은 자리를 가졌다.
‘그린 데이(Green Day)’인 셋째 날에는 초록색 셔츠를 입고 숲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 후, 치아 성인임을 인증하는 인증서를 받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관건
미국의 어느 치과의사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그는 지역 자선단체와 공동으로 노숙자나 폭력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 활동을 벌인다. 그는 매년,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계획을 알리는 한편, 진료 과정 또한 방송 뉴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방송국은 감성적 소재를 찾고 있다. 환자들은 진료를 받고 난 후, 그 상황이 극명하게 호전된다. 이 때문에 나의 활동이 매년 방송에서 다루어지는 것 같다.”그의 인터뷰에서 공익 마케팅의 활용 팁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고경영 LG애드 프로모션전략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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