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법을 고쳐 내년부터 병, 의원의 광고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TV 나 라디오 등 방송매체 광고를 허용하고 한 달에 두차례로 제한돼 있는 신문광고 횟수도 폐지할 예정이다.
특히 광고내용에 대한 지금까지의 규제를 풀어 의사와 병,의원 이름, 진료과목과 진료시간 등 12개 항목 이외에 현행법상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시술방법이나 의사의 학력 등에 대한 광고도 일정 정도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육과 더불어 의료 서비스는 국내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는 서비스 분야이다. 날로 다양화, 고급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낙후성은 최근 조사에서도 나타나 전체 국민의 70%가량이 의료 서비스에 불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욕구는 무한하다.
최근 소비 욕구는 국경을 넘어 최고의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중 의료 서비스는 가장 각광을 받는 분야이다.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찾아 외국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태국이나 싱가포르 등지의 유수한 병원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시장 개방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하고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의료 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 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 산업에 비해 파급효과도 크다. 더욱이 이미 저 성장 기조에 들어선 국내 산업에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최근 LG 경제 연구원은 다가올 고령시대에 뜨는 산업으로 장기요양서비스, 의료서비스, 건강서비스 등을 꼽았다. 2010년이 되면 50대 이상이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이들의 소비 규모가 118조원에 달하게 돼 중고령 이상 연령층이 소비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시니어 마켓'이 뜰 수밖에 없는데, 그 중 가장 유망한 것이 바로 의료 서비스 분야이다. 국내 의료 서비스는 각종 규제와 제약에 묶여 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정착한 '건강보험'은 의료의 사각지대를 없앤 매우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이다.
하지만, 효율을 강조하다보니 저수가, 저급여로 굳어져 이젠 의료 서비스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불만에 가득찬 의료 소비자,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병원, 시스템에 위기를 느끼는 정부 등 의료의 참여 주체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변화가 필요한데, 의료 서비스를 공공재 뿐만이 아닌 산업으로 보는 시각의 변화가 절실하다. 그래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의료광고 규제완화 방침은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의료광고 규제완화는 국내 의료시장 개방과 의료 서비스산업 발전이란 큰 틀에서 추진돼야 한다. 더 나아가 범정부 차원에서 의료 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경쟁력을 제고하지 않으면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될 수도 있는 의료 산업을 송두리째 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충헌 KBS의학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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