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들을 돌아보던 중 보호자 없이 자원봉사 간병인 만이 옆을 지키고 있는 한 할머니를 만났다.
"환자분 몸은 좀 어떠세요?“
“맨날 똑같죠. 너무 아파요.”
“많이 아프시죠? 지금 시간이 많지 않아요. 수술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아드님하고는 연락되셨어요?”
“아뇨. 말 할 필요 없어요. 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어요”
이 할머니는 multiple myeloma, cystitis(다발성 골수종, 방광염) 이라는 병명으로 이미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골수의 비정상으로 인하여 척추뼈에도 이상이 생겨 수술을 할 것을 주치의는 권유하였고, 수술을 받게 되면 할머니의 통증은 물론 생명까지 연장 할 수 있었기에 환자도 수술 받기를 원했다.
할머니의 바램과는 달리 현재 할머니의 보호자, 즉 아들들과의 면담은 입원 후 1달여 가량 이루어지지 않았고, 얼굴조차 아니 전화통화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딸과 사위만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결국 할머니는 수술을 포기하고 지방의 어느 한 요양원으로 가신다며 병원을 떠났다.
한달 여쯤 지났을까? 할머니의 사위와 전화통화 한 적이 있다.
“환자에게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저희는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전화하지 마세요.”
짧은 한마디를 남기며 사위는 전화를 끊었다.
며칠 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新고려장’ 이라는 용어를 들은 적이 있다. 병들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부모를 병원에 버린다는 것이다. 늙어 병들은 부모를 감당 할 수 없기에 병원으로 모시고가 그대로 방치했다가 돌아가신 후에야 나타난다고 한다.
병원비를 만들어 올 때까지 기다리라며 오지 않는 자식을 한없이 기다리는 할머니,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세끼 식사를 라면으로 때우면서도 부인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가보지도 못해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할아버지, 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정말 아들, 딸이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의문은 다음 장면에서 모두 해결되었다. 옆집 할머니가 자식들이 모두 가정형편이 좋지 않다고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경제적 이유로,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내팽개치고 있었다.
한 병원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매니저, 병원코디네이터로서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100% 흡족한 만족을 줄 수는 없겠지만, 적절한 시기의 치료와 동의, 개선된 병원환경을 제공하고, 대다수의 서민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진료비를 제시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 Multiple Myeloma (다발성 골수종)이란?
다발성 골수종은 치료는 잘 되나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뼈에 병변을 나타내기 때문에 과거에는 골종양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백혈병이나 림프종과 같은 혈액암의 일종이다. 50세에서 70세 사이에 잘 생긴다.
다발성 골수종은 면역계의 악성 질환이다. 우리 몸의 골수에는 혈질세포가 있는데 이들이 외부의 침입자가 있을 때 항체를 만들어 싸운다. 다발성 골수종에서는 골수에 정상적인 혈질 세포 대신에 비정상적인 형질세포로 꽉 채워져 있다. 신체의 거의 모든 뼈로 전이되어 뼈 속은 비정상적인 형질세포로 채워지고 정상 뼈는 녹아 내린다. 이때 뼈 엑스선 사진을 찍어 보면 여러 군데 구멍이 뻥뻥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여러 뼈에 병변을 보이기 때문에 '다발성'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뼈가 주된 병변이라 과거에는 골종양으로 생각했다.
뼈가 녹아 내려 골다공증이 생기고, 피를 만드는 골수를 비정상적인 형질세포가 차지하고 있어 적혈구, 백혈구, 그리고 혈소판이 적게 만들어 져 빈혈, 감염, 그리고 출혈 등을 야기한다.
가장 초기 증상으로 요통이나 가슴의 통증이다. 통증의 특징은 가만히 있으면 괜찮다가 움직일 때 심해진다. 그래서 골다공증이 잘 생기는 나이 많은 여성에서 관절염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통증은 경한 진통제에도 잘 듣는다.
[김은정 간호사님]
이화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2004년도 2학기 병원코디네이터전문가과정을 수료한 김은정님께서(사진 앞줄 우측 2번째) 따뜻한 내용의 컬럼을 보내주셔서 글을 옮깁니다. 김은정님께서는 현재 연세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에 근무중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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