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꿈 많던 고등학교 시절 왜 의사가 되려고 했는지 가끔 생각해봅니다. 또 무엇 때문에 개업을 하게되었고, 지금 병원경영에 신경을 쓰는지 생각해봅니다.
가까운 친척 중에 의사도 없고 부모님도 특별히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진로를 결정할 무렵 갑자기 유행성 간염에 걸렸고 어느 작은 의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열심히 진료를 해 주셨던 원장님을 보고 막연하게나마 의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었고 마침 아버지가 치과의사인 친구가 같이 의대에 가자고 권유해서 의대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학에 가서는 선배들이 알려준 '노세 노세 예과 때 노세 본과되면 못노나니~~~'라는 '예과 song'을 아무 의미도 모른 채 따라 부르고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그 노래는 점점 사실로 다가왔습니다. 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 1년, 그리고 의사생활의 꽃이라는 레지던트 4년을 정말 힘들게 보냈습니다. 전문의를 따고 여러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동인천 길병원 원장 직책을 맡게 되었고, 병원이 비록 비영리 기관이지만 이익이 나야 유지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제 예과 song의 제일 마지막인 개업을 하게 되었고, 의료계의 사정은 점점 더 나빠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뼈저리게 느낍니다. 하지만 정말 개원가의 대란은 아직 시작도 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정부의 태도로 보면 의료수가의 단계적 인상은 불가능할 것이며, 공급과잉과 자원의 고갈로 인한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으로 불경기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곧 다가올 의료시장 개방으로 해외 네트워크 병원이 들어오고 민간자본에 의한 병원 주식회사가 탄생할 것입니다. 더구나 law school 제도의 도입으로 의사출신 법조인이 양산되어 의료분쟁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모든 상황이 불리할수록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료행위에서 최고의 실력만 쌓는다고 되는게 아니고 의료와 경영을 동시에 달성하는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의 본질인 진료서비스가 최고가 되도록 하고, 최고 서비스가 고객에게 최고로 느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필요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병원의 조건을 갖춘다면 생존은 물론 보람을 느끼는 행복한 의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왜 의사가 되려했고, 왜 개업을 했고, 또 왜 경영에 신경쓰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한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의사라는 직업을 택했고, 의사로서 행복하기 위해 개원을 했고, 그리고 병원과 관련된 사람들과 사회가 더불어 행복해지기 위해 경영에 신경을 쓴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정해성 제일외과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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